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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긴장







0. 쫓기는 담배는 맛이없다.



1. 그래도 퇴근길에 담배를 필거야. 삭 삭 거리는 낙엽 향도 나고, 탁 탁 타는 모닥불 향도 난다. 온 몸이 저릿저릿 하다. 그 기분에 피는 담배가 맛이 좋다. 그래도 난 이곳을 떠나고 싶어.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혹은 함께 담배 필 수 있는 혹은 담배피는 내 모습을 곁에 둘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어. 땅바닥에 온 몸 편하게 드러누워 담배를 피는거야. 맥주도 마음껏 마시는거야. 그래도 난 취하지 않겠지.



2. 한국에 가고싶다. 벌써 반이 지났고, 아직 반이 남았다. 여기서 지낸 시간만큼만 지나면 귀국이다. 요즘 그냥 이 곳 일들을 다 접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배우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3.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다. 



4. 페이스북에 유럽 남자와 한국 여자의 혼혈아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글이나 댓글이나 모두 너무 예쁘다. 부럽다. 등등 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필리핀 여자와 한국 남자의 혼혈아 사진이 올라왔다. 미래의 한국인들이 다 저렇게 생길 것이라며 무섭다는 반응. 까무잡잡해서 못생겼다는 반응. 필리핀과 베트남 여성들을 비하하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이럴수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어 눈물이 난다. 사람들의 그런 반응에 나는 속으로 말한다. 그래서 또 토한다. 이 사람들아 모든 사람은 아릅답다. 



5. 판단하지 말자. 나를 경계하자. 내가 가장 경계해야하는 것은 나란 말이다. 나도 모르게 내리는 판단과 썩은 내가 나는 편견들이 가장 무섭다. 



6. 남은 시간들 간신히 간간히 버티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질 것 같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것 같다. 한국 돌아가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7.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며 도시락에 샐러리를 잔뜩 싸왔는데 푸드코트가서 초밥 사먹었다. 그리고 콜라 2캔째 들이키고 있다. 이렇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지루한 삶을 살며 나는 하루를 안정한다. 긴장감 하나 없는 하루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 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긴장감 있는 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때로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운동을 한다. 그러나 그런 행동에서 뿌듯함이나 보람찬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부끄럽고 한없이 창피하다. 나를 건강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규칙적인 생이냐?  



8. 그나저나 다음주 화요일 부터 2주간 긴긴 방학이다. 이곳에서 일하며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다. 이제 늬들은 나를 알게 될 것이야. 나는 그 2주간 부지런히 움직일 것을 예감한다. 부지런히 늬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어 생채기를 낼 것이다. 그 생채기서는 꽃향기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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