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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박머시 “엄마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 아. 노인네 또 아프다고 할 거면서 왜 자꾸 몸을 움직여?” 우리 둘째 아들입니다. 나를 닮아 사소한 것으로도 역정을 냅니다. 우리는 걱정이라는 마음을 너무 아픈 말로 포장합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요. 이 늙은이를 걱정해주는 예쁜 아들입니다. 짐승들 먹이 주러 밖에 나가려다 다시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텔레비전을 틀었어요. 뉴스가 나오네요. 일본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또 괘씸한 소리를 했나봅니다. 위안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괜히 화가 나서 텔레비전을 휙-하고 끕니다. 그리곤 손주가 쓰던 책상에 앉았어요. 숙제를 해야 하거든요. 책을 폅니다. 책이라고 할 것.. 더보기
연애편지 사방에 하얀 눈 내리던 로키 산맥 한 자락에서도. 맥주를 양손에 들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던 퀘벡의 페스티벌에서도. 비 잔뜩 맞으며 자전거 탔던 스탠리 공원에서도. 어느 한 곳도 당신과 함께였던 적이 없었지. 하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나는 당신을 떠올렸고, 그렇게 우린 함께였어. 방목된 나의 울타리는 당신이니까. 사실 당신 떠올리는 시간을 따로 두지는 않아. 여기저기서 스며들어오는 모든 것의 냄새가 나에게 당신을 안겨주니까. 냄새뿐만이 아니야. 우리 함께 했던 공간의 공기, 열기, 물방울들. 아니, 땀방울들. 이런 것들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온 마음에 가득 새겨지는데, 그래서 난 늘 당신이 사무치게 그리워. 아무래도 이건 편지이니까,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적어볼게. 형식적인 것 같지만 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