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아무래도 마무리하지 못한 하루들이 서서히 쌓이고 쌓인 것 같다. 그 곳은 너의 차 보조석이다. 쌓이기 시작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편하다 한들 혼자만 하겠느냐. 서둘러 하루를 끝 마치지도 못한채 잠에 들면 정신없이 꿈을 꾼다.
어렸을때부터 미친듯이 꿈을 꿨다. 생생하게 모두 기억해냈는데 그게 무려 하루에 4가지나 된다. 4가지 다른 꿈을 정확히 기억해낸다. 그래서인지 하루에 몇번이고 데자뷰! 하고 말했다. 처음에는 신기해 입밖으로 내었지만, 이제 그러려니 한다. 솔직히 그래도 신기하다. 꿈에서 꿈인 것을 알때도 많다. 깨어나지 않으려 애쓰고, 깨어나면 꿈을 이어서 꾸려 애쓴다. 그리고 결국 내 계획대로 된다.
가장 많이 꾼 똑같은 꿈은 도깨비 꿈과 파워레인져가 되는 꿈이다. 도깨비 꿈을 풀자면, 난 초가집 지붕에서 잠을 자다가 깨어보니 도깨비들이 지붕밑에서 비밀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도깨비들은 꽤 예쁘게 생겼는데, 나무 기둥처럼 예쁜 색이다. 그래도 도깨비니까 무섭다. 아무리 예쁘면 뭐해. 도깨비라는데. 그러다 내가 지붕밑으로 툭- 떨어진다. 대여섯의 도깨비들은 나를 쫒아온다. 나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는데 그냥 도망간다. 이 꿈은 초등학교때부터 꾸었던것 같다. 파워레인져가 되는 꿈도 그 즈음부터다. 난 파워레인져 레드인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변신하지 못한다. 굉장히 높이 뛰기도 하고, 연속으로 옆돌기를 몇십번씩한다. 그래도 안 어지럽다.
꿈 속에서 진짜 나를 마주한다. 수치스럽다. 토할 것 같다. 젠장. 난 진짜 쓰레기다. 그리고 가식덩어리. 위선자를 뛰어넘는 위선자. 내가 어떤 피해를 입더라도 타인을 용서하겠다 자신하던 나는 꿈을 꾸었다. 내 동생이 납치당하는 꿈. 그리고 나는 미친듯이 정말 세상에서 듣도보도 못한 욕을 마구 뱉어대며 거리를 쏘아다녔다. 사람들을 이리저리 밀치고, 그 나쁜 자식의 머리만 보며 마구 쫒아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옥상에서 만났다. 나래는 이미 경찰으로부터 구조된 듯 그 자식과 함께 있지 않았다. 막상 마주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자식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를 비웃었다. 그리고 나는 너 이 새끼 내려가서 보자. 나쁜 새끼야. 이딴 말을 해댔지. 그리고 나를 비웃었다. 순간 느꼈다. 내가 낯설었다. 난 그 순간을 진짜 나를 마주한 순간이라고 한다. 그 순간이었다. 충격적인 꿈의 결말. 그 자식, 아니 그 남자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끝났다. 그리고 끝이라니. 꿈에서 깨어난 나는 새곤새곤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나래를 보고 엉엉 울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커다란 거울 속 나를 보고는 엉엉 울었다. 내가 이렇게 나쁜 사람이었다니. 그 느낌은 아직도 희미하지 않아. 받아들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비슷한 꿈은 몇번이고 꾸었고, 몇번이고 꾸었음에도 하나하나 모두 내 머릿속에 있다. 현실에서의 삶은 기억하지 못하는 데, 꿈속에서의 삶은 늘 기억한다.
남의 꿈 이야기 만큼 재미없는 것이 없다는데. 내 꿈이야기는 백이면 백, 재밌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꿈 부터, 나를 발가벗기는 이야기까지.
무튼 나는 내일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다. 글을 마치고 바로 잠에 들면 안된다는 것을, 보고서를 외우고, presentation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분명 요상한 꿈을 꿀 것이 분명하다. 이제 조금씩 더 일찍 일어나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 조차 토할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난 토하는 것이지. 부지런하게 살고자 계획을 세우는 것만큼 멍청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난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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