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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들 우주들 두려움 없이 눈빛을 나누고 몸짓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 관계에 어떤 권력도 쥐고 싶지 않아. 두려움, 이것은 하나의 우주를 한낱 점으로 보이도록. 가여움도 존경도 없는 사이가 되어 보자. 인정하면 된다. 너와 나는 하나의 우주. 넌 우주야. 더보기
어색한 벽지 위 친한 것. 어색한 벽지 위 친한 것. 5년간 어색한 침대 위에서 2년이 지나도 어색한 기타를 쳤다. 그러다 10년 동안 어색하고 있는 노래를 불렀다. 손이 꼬이고 혀가 꼬인다. 나에게 친한 것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난 서서히 쪼그라들어 이불 속에 뭍힐테니. 재빨리 커텐을 말아 올렸다. 그러자 내 친한 친구들이 찾아왔다. 작은 창문 사이로 쏟아지는 볕. 나무와 잎사귀 때문에 뭉개지고 흩어진 그림자. 내 친구 볕과 그림자가 어색한 벽지 위에 앉았다. 어떤 작품보다 따스한 것이 벽에 걸려있다. 아, 볕과 그림자 잔뜩 배긴 저 벽지를 뜯어 내 몸 구석구석에 바르고 싶다. 그럼 난 세상 모든 것과 친해지겠지. 더보기
박머시 “엄마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 아. 노인네 또 아프다고 할 거면서 왜 자꾸 몸을 움직여?” 우리 둘째 아들입니다. 나를 닮아 사소한 것으로도 역정을 냅니다. 우리는 걱정이라는 마음을 너무 아픈 말로 포장합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요. 이 늙은이를 걱정해주는 예쁜 아들입니다. 짐승들 먹이 주러 밖에 나가려다 다시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텔레비전을 틀었어요. 뉴스가 나오네요. 일본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또 괘씸한 소리를 했나봅니다. 위안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괜히 화가 나서 텔레비전을 휙-하고 끕니다. 그리곤 손주가 쓰던 책상에 앉았어요. 숙제를 해야 하거든요. 책을 폅니다. 책이라고 할 것.. 더보기